2026 K-Fermentation Expedition

탐사 일지 (Field Log)[2026 한국 발효 탐사 : 두 번째 기록] 경동시장, 표준화되지 않은 식재료가 모이는 곳

1. 표준화된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

1985년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은 한국 농산물 유통 구조의 큰 전환점이었다. 경매 제도를 중심으로 한 도매시장 체계는 전국 농산물의 대량 유통과 가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정한 규격과 등급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유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 중심의 유통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취급되기 어려운 식재료들도 존재한다. 생산량이 적거나 규격이 일정하지 않은 작물, 산지에서 소량으로 채취되는 나물이나 약초 같은 식재료들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이러한 식재료들이 모이는 또 다른 유통 공간으로 오랫동안 기능해 왔다.

가락시장이 대규모 농산물 유통의 중심이라면, 경동시장은 규격화되기 어려운 식재료가 모이는 시장이다.

경동시장은 전국에서 채취된 약재와 산나물, 특산물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엄격한 등급 체계나 바코드 중심의 대형 유통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론 이 시장 역시 상인 네트워크와 중간 유통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도시 시장이다. 하지만 대형 유통망이 다루기 어려운 소량 다품종의 식재료가 여전히 거래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2. 소량 다품종 식재료가 모이는 공간

경동시장 골목에는 강원도 산지에서 채취된 더덕과 산나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약초와 말린 열매들이 좌판 위에 놓여 있다. 이름이 낯선 나물이나 약용 식물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식재료들은 대규모 농업 생산 체계에서는 쉽게 다루기 어렵다. 생산량이 적고, 계절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달라지며, 규격화된 유통 기준에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식재료들은 한국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산나물과 약초, 발효 재료들은 한국 식문화의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경동시장은 이러한 소량 다품종 식재료를 관찰할 수 있는 도시의 드문 공간 중 하나다.

다만 이러한 식재료가 단순히 ‘희귀한 로컬 재료’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채집의 지속가능성, 산지 생태계 보호, 그리고 종자 보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



3. 도시 속 또 하나의 채집 공간

발효 연구자이자 요리사인 제이슨 와이트에게 요리의 출발점은 ‘채집(Foraging)’이다. 자연에서 직접 재료를 찾는 경험은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경동시장은 흥미로운 공간이다.

숲이나 산에서 직접 채집하는 전통적인 포리징과는 다르지만, 전국에서 채집된 식재료가 도시 한복판에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무껍질, 뿌리, 씨앗, 말린 열매와 약초까지. 경동시장은 식용과 약용, 요리와 치유의 경계가 겹쳐지는 공간이다.

우리의 시장 탐험은 단순한 장보기라기보다 한국 식재료의 다양성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4. 발효의 출발점은 원물이다

“좋은 발효는 좋은 재료에서 시작됩니다.”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이지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원물이다.

경동시장에서 우리는 재료를 고르는 또 다른 방식을 경험했다. 등급이나 규격이 아니라 향과 질감, 그리고 재료가 가진 생명력을 기준으로 재료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좌판에서 나물을 다듬는 상인들의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이나 레시피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식재료의 지혜를 담고 있었다.

규격화된 도시 유통망의 틈에서 살아남은 다양한 식재료들. 그 속에서 우리의 발효 탐사는 발효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재료’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얻었다.


알아두면 좋은 미식 지식

포리징(Foraging)이란?

자연 생태계에서 자생하는 식재료를 직접 채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버섯, 허브, 열매, 뿌리 등 다양한 식물이 대상이 된다. 덴마크 레스토랑 Noma가 이를 요리 철학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면서 현대 미식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채집과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전제가 된다.

경동시장 (Gyeongdong Market)

  • 위치
    서울 동대문구 고산자로36길 3
  • 1960년대 형성된 전통시장으로 전국에서 채취된 한약재와 산나물, 특산물이 거래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약재와 농산물을 관찰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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